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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내] 마감의 리듬

 

하루하루를 스스로의 리듬에 맞춰 살려고 한다. 요즘 각자의 '루틴'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들을 수 있다. 사소한 루틴도 있을 것이고, 하루 전반에 걸친 것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엔 가능하면 아침을 챙겨먹으며 조금은 여유롭게 아침을 시작한다. 슬금슬금 사과나무로 출근해서는 해야할 업무를 체크하고 짤막하게 처리할 수 있는 메일이나 서류 작업을 오전중에 한다. 그러곤 오로지 점심 먹기를 기다린다. 점심을 먹고나선 커피를 마시고, 핸드폰으로 게임을 조금하고 오후 업무를 시작한다. 바짝 집중하는 시간은 아마도 4-5시간. 그리고 급한일이 없으면 신속하게 퇴근한다. 집에 와서는 저녁을 챙겨먹으며 예능이나 드라마를 한편보고, 산책을 하거나 씻는다. 그 후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고 싶었던 작업을 하고, 메신저로 친구들과 떠들다가 잔다. 대략 나의 하루의 리듬은 이렇다.

사과나무의 업무 방식은 그때그때 산발적으로 들어오는 일들을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배분하고, 대부분 의뢰자의 사정에 맞춰 마감이 정해진다. '마감'을 맞추는 일에도 리듬이 있다. 내용을 이해하고, 의도를 파악하고, 디자인을 구상하고, 수정을 하고, 인쇄를 하고, 배송까지 받는. 그리고 그 과정엔 적절한 시간들이 필요하다. 이 단계들을 밟아 나가는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업무를 의뢰받을때 내가 가장먼저 확인하는 것은 '그래서 최종적으로 받으셔야 하는 일정이 언제에요?' 다. 예를 들어 일주일 뒤 행사에서 리플렛을 써야 한다면. 인쇄를 맡겨서 나오는데까지 2-3일. 그럼 작업에 쓸 수 있는 시간은 4일. 하지만 중간에 주말이 껴있으니 사실상 2일. 그 안에 수정도 몇차례 왔다갔다 해야할테니, 그럼 디자인을 하루만에 하고 인쇄도 2일안에 해달라고 해야겠다. 라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적절한 계획속에서 일하는데는 큰 힘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나 변수가 개입하는데, 가장 큰 변수는 작업시간일 것이다.

그런데 일정에 대해 물었을때 생각보다 흔하게 듣는 말이 '되도록 빨리'다. 빨리 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조급해진 마음으로 작업에 필요한 단계들을 뛰어넘으며 후다닥 일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필요한 단계들엔 다 적절한 시간이 필요하다. 무언가를 건너뛰면서 진행하다가, 인쇄 직전에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오히려 비용과 시간을 더 쓰게 되는 경우도 있다. 급하다고 해서 무조건 리듬을 쪼갤 순 없다. 일에서 리듬이 깨지면, 그건 일상으로도 이어진다. 흐트러지면 다시 제자리를 잡는데는 또 한참이 필요하다.

적당한 리듬을 맞춰나갈때, 조금도 수월하게 일 할수 있는 흐름이 생기는 것 같다. 흐름에 올라타면 여러 리듬을 조화롭게 배치할 수 있다. 내 생활의 리듬과 일의 리듬이 조화롭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