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에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창밖으로 애옹애옹 소리가 들려 온다. 잘못 들었나? 창을 열었다. 애타게 무언가를 찾는 고양이 소리다. 애들(녹색+노동)이 다 있는지 후다닥 살펴 보니 노동이가 없다. 걱정이 되어 쓰레빠 바람으로 후다닥 나가서 집 뒤켠 소리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소란이 있었나 보다. 바닥엔 깃털이 널부러져 있었고, 노동이는 비탈끝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중이다.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져서는 덩굴에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살포시 안고 내려오는데 집안 창틀에 앉아 녹색이가 계속 노동이와 같은 소리를 낸다. 둘이 계속 어떤 사인을 주고 받는 것 같았다. '무사해서 다행이야!'라고 생각하며 집안에 들이고는 뒤란 쪽 가는길에 널부러진 깃털이 생각났다. 혹시나 노동이가 새와 싸움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그곳으로 가 보았다.
뒤란으로 가는 길 (지금은 쓰고 있지 않아 방치 중인) 닭장 옆 기단에서 핏덩이같은 생명체를 발견했다.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지? 어떻게 이곳에 있는거지?'
찬 돌덩이같은 바닥에 있는 새끼새는 생사조차 분간이 가지 않았다. 얼른 들어 살펴보니 둘다 꼼지락대고 날개를 퍼덕인다. 다행이다. 아직 살아 있구나.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갓 태어났는지 부리는 아직 여물지 못한 노란 색, 눈도 뜰락 말락했다. 손대면 부숴질 것 같은 얇은 유리같은 생명체를 들고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버둥거렸다. 일단 폭신한 이끼 위에 올려두고는 물을 좀 떠왔다. 좀체 마시게 하기가 힘들었다. 급히 sns와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어...어떻게 해야 하죠?'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조언을 받았다. 예산에는 공주대학교 예산캠퍼스 내에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남기고 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보통 다음날 구조를 위한 출동을 하고 그동안 임시보호가 필요하다는 답문자가 왔다. 계속 사람 손 타는 것은 안 좋을 것 같아 일단 바위 위 이끼에 있는 새 새끼 주변으로 박스 울타리를 만들었다. 하루 정도는 탈출(?)하지 않고 거뜬히 보낼 수 있겠지 싶었지만 불안도 한가득이었다.
몇시간 후, 고개 끝에 있는 집이라 좀체 차 드나들 일 없는 집에 낯선 트럭 한 대가 집으로 왔다. 다음날이나 되어야 올 줄 알았던 센터에서 생각보다 일찍 방문을 해 주셨다. 센터 구조 요원의 말로는 참새 새끼고 집 처마 어딘가에 둥지를 틀었을텐데 부화 후 둥지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널부러진 깃털은 새 새끼와 상관없는 산비둘기 깃털로 보인다고 하셨다. 참새둥지를 찾는 일은 힘들테니 센터로 데리고 가 살펴주신다고 하셨다. 너무도 감사한 마무리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제 강남까지 날아가서 박씨는 호박씨든 물어오는 일만 남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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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좁은 땅에서 벌써 무수한 생명체를 만났다. 청개구리가 집으로 들어와 길을 잃기도 하고 뒤꼍에서 브로치인 줄 알고 줍줍 할 뻔 했던 어린 살모사 또아리도 보았고, 이웃집 커다란 호두나무엔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고 있었다. 집근처 작은 산길에서 가끔 고라니와 만나 눈인사를 하고 이름모를 풀들의 이름을 하나씩 알아가는 중이다.
게으른 삶을 포기 할 수 없어 텃밭은 포기했지만, 여기저기 그러모은 꽃들이 제법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이 곳에서는 바지런하지 못한 게으른 자의 실패가 무수한 엉터리 정원 가꾸기 과정과 식물알못이 점점 호기심을 갖고 애정을 녹여 살피고 가꾸는 알아가는 과정을 기록하려 한다.
흡사 공룡같은 참새생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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