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2.22:22 바야흐로 1년 점 요맘때 쯤, 딱 떨어진 담배를 사러간 것이 시작이었다. 담배를 파는 가장 가까운 곳은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신양다운타운의 (그때는) 유일했던 편의점. 담배를 필까 말까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바람도 쐴 겸 길을 나섰는데 마을 길을 벗어나 이찬서도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갑자기 청양 운곡면의 할머니가 지키는 점방같은 담배만 팔던 담뱃가게가 생각 났다. 좌회전 대신 우회전으로 가는 길. 예산과 청양의 경계를 지나면 양쪽으로 시야가 트이는 논을 만날 수 있다. 예산 신양면만해도 축산 허가가 많이 나서 그런지 논 중간중간 축사가 많은 편인데, 청양의 논은 그냥 그대로 벌판인 곳이 많아 시야가 좀더 안정이 된다고 해야 하나? 가게를 찾아 드라이브 삼아 가고 있는데, 겨울논에서 식사를 하던 오리 .. [팽팽18] 스트릿그랜드파이터 1. 며칠 전 허리를 삐끗했다. 테라스를 쓸다가 마당비를 잡고 그자리에서 주저앉았다. 힘을 준 것도, 허리를 세차게 돌린 것도 아닌데 갑자기 푹 내려 앉는데 순간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일정은 어떻게 하지? 많은 스케쥴과 약속은 어떻게 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단 사실에 좀 당황스러웠다. 따지고 보면 하루하루 중요하지 않은 날이 없는데 괜한 욕심에, 핑계대기 싫은 마음에, 미루면 돌아올 파장에 몸을 돌보기보다 좀 무리하는 편을 택했다. 어느날 갑자기 일어나는 일은 드물다. 사소한 습관들이 쌓여 조금씩 어긋나 결국 벌어진 일은 수많은 전조로 신호를 주었지만 무시해서 나타난 결과라는 걸 안다. 처음으로 돌아가는 회복은 어렵고 습관은 더더욱 고치기 힘들어 전보다 빠른 주기로 몸의 이상 징후가 나타나리.. 2021년 딱 하나의 영화, [퍼스트 카우] [퍼스트 카우]를 보고나선 만나는 주변사람마다 조금이라도 틈이 보일라치면, 스윽 끼어들어서 영화를 추천했다. 두번 얘기해도 좋고 세번 소개해도 좋고 했던 얘기 또한다고 타박을 줘도 얘기하고 또 얘기하고 다녔다. 내가 좋아하는 걸 상대방은 싫어할 수도 있다는 걸 잘 몰랐던 때, 재밌게 본 영화를 수다스레 추천하고 다닌 적이 있는데 , 내 추천을 신뢰한 상대방이 영화 관람 후 돌아오는 반응은 늘 최악에 가까웠다. 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걸 갖고 있고, 그 세계는 너무도 오묘해서 어떤 농도로 물들어 있는지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아차 싶을 때 빗껴가는게 '취향'이라는 걸 어렴풋이 깨달아 갔다. 스스로는 정말 대중취향이라고 믿은 [크리스마스의 악몽]의 불호 편에 선 이들의 원성을 듣고는 주변사람에게 영화를 추천하.. [산] 2021 베오베 작업물 🏆 5위. 매거진 THE 작업하면서 가장 하기 싫고 어려운 작업은 잡지를 만드는 일이었는데.. 안 신비한 동물사전을 만들고 난 후에 약간 텍스트가 많은 작업에 욕심이 생겼달까. 완성도 있는 잡지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마침 좋아하는 친구들의 콘텐츠이기도 해서 일을 맡게 되었다. 텍스트나 이미지 퀄리티가 높아서 별 어려움 없이 수월하게 작업했다! 인쇄가 아쉽긴 하지만(역시 감리의 중요성ㅠㅠ), 그래도 그동안의 잡지 중에서 가장 괜찮은 결과물이 아닐까 싶어서. 🏆 4위. 천안시민사회20주년 표지작업 아무리 시간과 돈을 많이 들여도 개똥같은 결과가 나올 때가 있다. 그게 일의 90%를 차지한다고 본다, 반대로 당장 '내일까지 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돈 안되는 일인데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때도 있다. 한창.. [시내] 2021년의 작업들 홍보 리플렛 인쇄물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회의'를 거치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은 이미 어느정도 정해진 상태에서 의뢰를 받고 거기에 맞추는 방식으로 시안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충남이주여성상담소와는 기획 단계부터 회의를 통해 의견을 나눴었다. 굉장히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나게 회의를 했었는데, 내심 나는 그 회의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예산이나 일정등의 이유로 가장 익숙한 형태의 인쇄물을 만들게 되겠지 라고. 스스로 지레짐작 했었다. 하지만 상담소측에서 적극적으로 차별성있는 리플렛을 만들고 싶어하셨다. 그리고 상담소를 표현할 수 있는 의미를 일러스트를 활용해서 표현하고 싶어하셨다.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 중에, 여러사람(여러 국적)의 손을 모으는 것처럼 표현되는 리플렛이 최종적으로 제작 됐다. 단.. [인디] 2021년 맘에드는 작업 다섯개 사과나무 멤버들의 정체성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놈팽이들. 노는 것 꼬박 챙겨 잘 노는 편이라지만, 얼굴은 누렇게 뜨고 눈은 퀭하고 다크서클은 턱밑까지 내려왔고 밤샘에 떡진 머리는 기본이다. 그렇다. 내일의 놈팽이를 담보로 오늘 밤을 새는 우리는 자본주의의 몹쓸 부품의 한 조각에 불과한 대체재일 뿐일런지도 모르겠다. 거북목과 어깨결림과 맞바꾼 생산물이 어느정도의 쓸모로 세상에 존재하는지 의문스럽지만, 그래도 이 정도 쯤은 괜찮지 않을까 싶었던 작업물을 꺼내 본다. 5. 공공운수노조 간부교육과정 안내 포스터 2절 사이즈로 인쇄하는 포스터는 작은 디테일도 중요하다. 꼭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가 폰트를 만들어 보는 일인데, 폰트까지는 아니어도 슬로건 글자를 모듈형으로 만들어 봤다. 하루 하루 배움으로 성장하는.. 창립총회공고문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해야만 하는 일의 앞에서 친구와 점심약속을 가는 길, 조금 일찍 출발해서 천변 길로 들어섰다. 여름내 꽃길이었던 그 길이 갈대숲으로 바뀌고 오후햇살에 반짝 오리가 둥둥 떠다닌다. 그래, 조금만 더 가면 내가 좋아하는 나무가 있는 곳, 그곳의 느티나무는 얼마나 물이 들었을까? 은행나무는 제법 노란빛을 띠고 있겠지?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차를 타고 가고 있는데 그 길의 한 가운데에서 너무 어린 고라니의 로드킬을 목격했다. 이차선도 아니고 차 한대 겨우 지난만한 도로폭의 천변길에서 아무런 준비없이 나타난 로드킬에 당혹감이 들었다. 큰도로를 지나다가 심심찮게 만나는 로드킬을 볼 때도 움찔움찔 했지만 차를 세울 수는 없어 지나치거나 피하거나하며 계속 가는 수밖에 없었는데, 막다른 길처럼 느껴지는 이곳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발견한 곳.. 종교는 없지만 말입니다요 종교는 없지만, 종교건물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경건해야 할 것 같고, 숙연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마저 기분 좋은 은근하게 서서히 마음이 가라앉는 차분한 기분이 되는 과정이 즐거우니까. (어린 시절 장롱 속에 들어가 두꺼운 이불 사이에 눕곤 했는데 무거운 이불이 짓누르는 느낌이 제법 좋아 그안에서 잠들 때가 종종 있었다. 마치 그런 느낌??) 방방 뛰는 마음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흔들 하다보면 금세 풀이 죽는데, 평소엔 우울감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더 큰 편이지만, 왠지 우울할 정도로 차분한 마음을 찾고 싶을 때, 하늘까지 올라갈 것처럼 붕 뜬 마음이 불안한 고도까지 올라 갈 때 쯤 불현듯 종교건물-교회, 성당, 절-이 그리워진다. 딱히 맘이 삐죽했던 건 아닌데 아산으로 점심을 먹으러 간 김에 돌아오는 길.. 무너진다는 것 간밤에 내린 비로 하루 사이에 풍경이 완전 달라졌다. 어제 본 풍경이 맞는지 싶을 정도로 불어난 하천의 물, 무성하던 풀들은 모두 누웠고 밥 아저씨의 그림처럼 순식간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무서운 자연, 아니 어리석은 인간. 촌구석으로 이사온 후 집에서 고양이랑 보내는 시간도 좋지만, 바로 집 옆 작은 언덕과 오솔길 따라 갈 수 있는 작은 동산이 지척에 있어 좋았다. 작업실에서 일하다 보면 가끔 주변이 묘한 분위기에 휩싸일 떄가 있다. 미묘한 광선의 차이로 오는 표현하기 힘든 시각의 차이를 감지하곤 하는데 뭐랄까 어스름의 빛깔이 서서히 주변을 파고 드는 느낌이 든다. 그럴 때면 마우스를 내팽개 치고 후다닥 집을 나서서 언덕을 올라 밭 사잇길로 달음질 친다. 아니나 다를까 서쪽하는 뿐 아니라 360도 .. 지각에 대한 변명 집에서 회사까지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르면 딱 한시간. 처음엔 그 길 따라 출퇴근을 하면서도 마냥 좋았다. 시내를 관통하는 도로가 아닌 저수지 두 곳을 지나고 옆으론 논도 많아 시야가 확 트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간 중간 큰 도로를 타고 갈 때마다 좀더 좁은 도로, 천변길을 따라가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주 오는 차량이 있으면 피하기 곤란한 단점도 있지만, 대부분 오가는 차량이 없어 한적하고 양옆으로 풀들이 자라고 있어 계절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천변의 여러 생명체들을 볼수 있어 좋았다. 무심코 저지른 일탈이 이제 정코스가 되어 출퇴근 시간이 5분, 10분 차츰 차츰 늦춰졌다. '10분 정도 늦게 가면 어때?, 좀더 일찍 출발하면 되지 뭐' 라고 생각했던 코스가 비가 오고 하천에 물이 제법 흐.. 나무야 나무야 예산엔 어마어마하게 넓은 면적의 예당저수지가 있어서 예산의 저수지 하면 곧잘 예당저수지를 떠올리지만, 농촌지역 답게 지역 곳곳에 작은 저수지들이 참 많다. 바다 근처에 사는 친구는 갇힌 작은 물이 답답하다며 별 흥미를 못 느낀다고 했지만, 사실 개인 취향은 산 속에 있는 연못 정도의 비교적 작은 물웅덩이를 좋아 한다. 저수지 주변길이 포장이 되어 있지 않으면 더 좋고, 그 길이 저수지를 빙둘러 한바퀴 산책할 수 있는 길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하겠다. 주변 저수지를 소개 받기도 하고 탐험도 하면서 몇 군데 맘에 드는 곳을 발견했는데, 그 중하나가 대술면 시산리에 있는 시산지. 가끔 낚시 하는 분들이 있지만, 가는 길이 좁은 편이어서 인적이 드물어 호젓하니 분위기 있는 곳이다. 아쉽게도 한켠은 산자락이어서 .. 이전 1 2 다음